배우를 꿈꾸는 시각장애인 창훈과, 성우의 길을 포기하고 배우로 전향한 일지는 한적한 독립영화 오디션장에서 처음 마주친다. 일지는 시각장애인인 창훈이 배우 오디션을 보러 왔다는 사실에 순간적인 의심과 편견을 품고, 창훈은 그런 시선을 직감적으로 감지하며 작은 오해가 생긴다. 그러나 오디션장을 나선 뒤, 또다시 마주친 두 사람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나누며 조심스레 마음을 연다.
창훈은 시각을 대신해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사람의 말에서 떨림과 숨결, 그 속의 진심을 감지해 내는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본래 성우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몸으로 전달하고 싶은’ 열망에 따라 배우를 꿈꾼다. 반면 일지는 오랫동안 성우를 준비했지만 반복된 낙방과 자기 회의 끝에 배우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배우라는 타이틀조차도 쉽사리 자신을 받아주지 않고, 그는 갈수록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감정에 시달린다.
창훈과 일지는 배우라는 같은 꿈을 꾸며 함께 연길을 연습하며 친해지고, 서로의 감각을 존중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창훈은 일지에게 ‘들리지 않는 감정’을 들려주고, 일지는 창훈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묘사해준다. 팔꿈치를 잡고 걷는 골목, 맥주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한강, 대본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연기 연습의 순간들. 두 사람은 결핍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감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러나 친밀함 속에서도 ‘질투’는 스며든다. 창훈은 보이는 연기, 즉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에 대한 갈망을 감추지 못하고, 일지는 창훈이 가진 감정의 진정성과 몰입에 압도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창훈의 생일. 일지는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들고 창훈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창훈의 여자친구와 친구들, 성우 선후배들이 가득하고, 환한 분위기 속에 일지는 홀로 이방인이 된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창훈조차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풍경 앞에서, 일지는 조용히 돌아선다.
그 사건은 두 사람의 감정에 쌓인 응어리를 터뜨린다. 거리 한복판에서 이어지는 감정의 충돌. 질투, 실망, 수치심, 외로움이 터져나오는 그 순간, 창훈의 용서에 일지는 무너진다. 자신을 질투해줘서 오히려 고마웠다고.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동등하게 생각해준 것이 오히려 기뻤다고.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살아온, 어쩌면 같은 자리에 선 사람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고유한 감각과 결핍이 곧 정체성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는 그 순간, 이들의 관계는 감정의 ‘새로고침’을 맞는다.
〈새로고침〉은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나 감동을 유도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지는 것과 침묵 속에서 감지되는 감정, 각기 다른 감각을 지닌 두 인물이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진짜 존재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관객 역시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며 감각의 위계와 기준을 새롭게 리셋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