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는 몸
Inscribing the Body
South Korea | 2025 | 17min | Color
시놉시스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2026)
수십 년의 노동은 한 인간의 몸 위로 흉터라는 이름의 지도를 그려냈다. 〈새기는 몸〉은 피부의 표면 위로 드러난 상처들을 단순히 관찰하는 대신, 그 흔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이다. 카메라는 흉터라는 가장 정직한 텍스트를 경유하여, 한 인물이 시대의 풍파를 견디며 몸에 새겨온 생존의 궤적을 낱낱이 응시한다. 닳고 낡아버린 신체는 이제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라, 박제된 고통과 인내가 층층이 쌓인 하나의 아카이브가 된다. 이 작업은 신체라는 물리적 기억의 창고를 열어, 잊혔던 생의 서사를 시각적 언어로 복원하는 시도이다. 관객은 화면 속 타인의 신체를 마주함과 동시에, 각자의 몸에 각인된 고유한 기억의 층위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실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삶을 어떻게 통과해왔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치열하고도 고요한 방식이다.
자료 출처 :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2026
감독 소개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2026)
공지선은 신체에 남은 흔적과 삶의 구조를 탐구하는 시각예술가이자 커뮤니티 아트를 하는 기획자, 그리고 감독이다. 기술 권력과 자본 구조 속에서 신체의 분류와 도구화, 그 과정에서 지워지는 개인의 존재를 질문한다. 설치, 회화, 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동과 기억의 흔적을 조형의 언어로 풀어낸다.
자료 출처 :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2026
선정의 변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푸념이 입에 붙는다. 영화 〈새기는 몸〉의 시작과 함께 화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수술 자국은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한 가지 사실을 대면하게 한다. 바로 ‘노화’라는 소외의 과정이다. 흉터가 새겨진 몸은 젊음과 건강이라는 이상적인 고향으로부터 끊임없이 떠밀려 나간 추방의 기록이다. 내 몸의 주인이라 믿었던 나는 어느덧 낯선 감각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이 된다. 영화는 아버지의 굴곡진 피부 위로, 병증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하는 그의 목소리를 얹는다. 한때 통증을 감추고 있던 피부는 이제 시간을 새겨 넣은 표면으로 변모하여,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흉터들을 드러낸다. 그 피부에는 성실하게 일했고, 자신을 증명하려 고투하기도 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존의 기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수리의 대상으로서 신체 내부를 꿰뚫어 보려는 병원 카메라와 달리, 이 영화는 사후의 표면을 응시하며 현재의 장벽을 넘어 지난 시간을 불러들이려 한다. 이러한 응시를 통해 〈새기는 몸〉은 나이 든 신체가 겪는 상실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될 보편적인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사유하게 된다. (강소정)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