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세계
The World Before
Korea | 2026 | 115min | DCP | Color | Fiction
공식 홈페이지 : 서울독립영화제
Synopsis
육로로 연결되지 않은 섬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을 떠나 본 적 없는 열일곱 살 진. 모두가 서로를 아는 작은 섬에 두재가 할머니의 장례를 위해 돌아온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할머니가 살던 집에 머무는 두재를 찾아, 진은 자전거 체인에 바를 기름을 가져다주고, 상처에 바를 연고를 건네며 사소한 핑계를 만들어 그를 찾아간다. 그렇게 두재를 찾아가는 일은 조금씩 진의 일상이 된다. 그 핑계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진 자신도 아직 모른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진에게 익숙했던 섬은 전과 다른 풍경이 된다. 평생 걸어온 길과 당연하게 여겨온 바다, 매일 마주하던 사람들의 얼굴까지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섬을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진은 그 여름, 자신이 살아온 세계를 처음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방 안에 카메라가 없다면, 혼자 있는 열일곱의 여자아이는 과연 무엇을 할까.” 첫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이 감정에 비해 너무 작다고 느껴왔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원하게 되는 순간, 바뀌는 것은 사랑의 대상보다 자기 자신이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내가 낯설어지고, 내가 알던 세계가 이전과는 다른 크기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하나의 세계가 끝나고 다른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 그 시간을 정직하게 담으려면 카메라가 물러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 안에 카메라가 없다면, 혼자 있는 열일곱의 여자아이는 과연 무엇을 할까. 그 질문이 이 영화의 카메라의 위치를 결정했다. 거울 앞에서 제 몸을 훑어 보고, 빌린 옷의 냄새를 맡고,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아이. 성장기의 소녀는 오랫동안 관찰의 대상으로, 보호의 대상으로, 누군가의 기억 속 첫사랑으로 그려져 왔다. 나는 그 문장을 뒤집어, 바라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소녀를 담고 싶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사납고, 유치하고, 때로는 잔인할 수 있는지 까지도 숨기지 않고.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 것이 이 인물을 존중하는 나의 방식이라고 믿었다. 전작 〈남매의 여름밤〉에서 나는 사라져 가는 집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사라져 가는 섬과,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열일곱의 여름을 바라봤다. 떠나는 사람이 있고 남는 사람이 있으며, 계절은 끝난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온몸으로 원해 본 사람은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그 돌이킬 수 없음을 성장이라고 믿는다. 이 영화가 관객 각자가 통과해 온 저마다의 ‘첫 세계’를 다시 떠올리게 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