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이라는 이름은 청각장애인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자, 마을 이장이 어머니의 고향 ‘고흥’을 빠르게 발음해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다. 한때 여공을 낮춰 부르던 말이었지만, 그 이름으로 그는 살아왔다. 공순은 건설 현장에서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며 오래 일했다.딸인 나는 그 이름이 불편했다. 서른이 넘어 고향으로 돌아온 뒤, 카메라를 들고 엄마의 일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졌다. 같이 일하고 곁에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영화에는 땀을 흘리는 몸,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 말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담긴다.
'공순이'는 한때 여성 노동자를 낮춰 부르던 이름이다. 나에게 이 이름은 숨기고 싶은 것이었고, 엄마와 거리를 두게 만든 이유였다. 이 영화는 그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엄마의 일터를 따라가며, 나는 반복되는 하루와 그 안에 쌓인 시간을 가까이에서 바라본다. 벽지를 바르는 손, 장판을 까는 몸,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하루들. 그동안 외면해왔던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엄마를 설명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래 외면했던 삶의 곁에 서서, 그 시간을 바라보려는 이야기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공순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 소영의 엄마 이름이기도 하다. 과거에 엄마의 이름이 부끄러워서 위축됐던 팔방미인 어린이 소영은 누군가 엄마의 이름을 물어볼까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다. 엄마 공순도 이름에 대한 부끄러움은 비슷했는지 한동안 가명을 쓰고 살기도 했다. 감독은 50살부터 “내 이름은 공순이예요, 김공순” 하고 당당하기 시작한 엄마의 진짜 이름을 제목으로 하고, 정말로 엄마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사랑과 지금껏 뒤로 했던 직시로 완성해 낸다. 영화의 가장 강력한 힘은 공순의 강렬한 생명력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은 아픈 기억대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에너지, 자기 자신을 보듬어주고 기꺼이 지금을 즐거워하려고 하는 태도는 영화를 매 순간 아름답게 만든다. -송은지 (정동진독립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엄마와 딸의 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생애를 비추는 장편 다큐멘터리. 그녀가 지나온 중년 여성의 삶은 단순한 개인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성장을 밑바탕에서 떠받쳐 온 '공순이'들과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을 견뎌야 했던 궤적을 묵직하게 호명해 낸다. 굽이진 삶에 대한 증언 속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태도와 딸을 향한 깊은 사랑은 보는 이마저 따뜻하게 웃음 짓게 만들며, 근래 한국 다큐멘터리의 탁월한 현재성을 증명해 낸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