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숲의 생명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빛이 약해지고 깜박일 때, 숲은 미세하게 들썩인다. 고요는 사라지고, 소리 없는 그러나 격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의 변화를 숲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침묵의 빛’ 은 다가올 숲의 미래를 예감하는 불온한 징후다.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침묵의 빛>은 숲의 밤과 낮을 포착해 연결한다. 어둠이 잦아든 숲의 파편적 이미지는 기계의 눈으로 촬영한 풍경임이 틀림없지만 빠른 템포로 나열되는 이미지의 역동성으로 인해 영화는 마치 밤의 숲을 내달리는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이라는 착시를 선사한다. 영화 초반, 동물이 내는 사운드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혼합은 분절된 숲의 이미지를 하나의 연결된 공간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생명의 소리가 잦아들고 악기의 선율이 화면을 지배하면서 이미지의 단절과 분화는 더 강조되어 공간의 연결감은 점차 사그라든다. 숲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재배치하는 <침묵의 빛>은 어둠과 빛, 움직임과 정지를 잘게 나누어 붙인 몽타주의 감각에 더해 사운드와 그 소멸로 풍경을 새롭게 조직한다.
빛은 숲의 생명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빛이 약해지고 깜박일 때, 숲은 미세하게 들썩인다. 고요는 사라지고, 소리 없는 그러나 격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의 변화를 숲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침묵의 빛’ 은 다가올 숲의 미래를 예감하는 불온한 징후다.
이장욱은 SAIC(School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필름 메이킹을 공부하였다. 주로 필름 기반의 작업과 확장된 형태의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04년에는 스페이스셀을 창립하여, 실험영화와 핸드메이드 필름 워크샵을 개최하고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다수의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 ACC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테이트 모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마르세유 국제영화제,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 포럼익스팬디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등 국내외의 여러 영화제와 전시에서 소개되었다.
<침묵의 빛>은 숲에 내재한 비인간적 힘들을 감각적으로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강렬하지만 결코 완전히 표상될 수 없는 숲의 힘을 포착하고자 했다. 겉보기에 고요했던 숲은 여러 차례의 방문을 거치며 포착된 빛의 조합을 통해 떨리고, 깜박이며, 때로는 눈부신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작업은 서로 다른 시기에 마주한 숲의 풍경을 다중 노출로 촬영하여 구성되었다. 촬영 과정은 숲의 호흡에 맞추어 그와 조우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