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로 떨어진 고양이의 수염 하나가 지하 배관을 따라 조용히 떠다닌다. 한때 고양이가 공간을 감각하도록 돕던 안테나였던 그것은, 이제 어둠 속에서 일상이 흘려보낸 익명의 흔적들을 감지한다. 한편 궤도 위에는 오래전 기능을 멈춘 인공위성이 있다. 인간의 지각을 멀리까지 확장하던 또 하나의 안테나는 몸체가 소멸할 때까지 수천 년을 지구 주위를 돌며, 흩어진 인간의 잔여를 관측한다.지면 아래와 궤도 위.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잊힌 뒤에도, 두 사물은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존재의 곁을 맴돈다. 버려진 두 사물의 시선을 통해, 도시는 견고히 닫힌 구조물이 아니라 잔여와 흔적이 끊임없이 흐르고 스며드는 다공성의 몸으로 드러난다. 그 흐름 한가운데, 2년째 집 밖을 나서지 않은 한 이주 여성이 있다. 방 안에 홀로 앉은 그녀에게 하수관을 타고 물의 빈 울림이 전해진다. 우연히 그녀는 이 잔여들의 시선 속으로 초대되고, 고립 속에서 멀어졌던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