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하나가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고 사그라지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말간 꽃이 피어났던 오래 전 이야기. 삶에 동그라미를 남기고 떠나가 버린 말간 꽃 뒤로, 마치 삶을 밀어내려는 듯 거센 파도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삶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날들. 다시 환하게 길을 밝혀 준 반려견 돌돌이 역시 하얀 빛처럼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고, 지금 그녀의 곁에는 작은 새(딸)가 남았다. 새를 붙잡아두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멀리멀리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 속 이야기. 1218장의 목탄 드로잉으로 새겨나간 슬픔과 사랑의 기록.
임지민은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개인의 기억과 슬픔의 얼굴들을 탐구하는 시각예술가다. 2019년 첫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이후 드로잉과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2023), 《새처럼 훨훨 날아가》(2026) 등을 통해 평면 회화의 영역을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