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와 망고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한-베 혼혈 수연은 신병을 앓는다. 한국 무당의 신내림 의식에서 강력한 베트남 신이 등장하고, 수연과 그녀의 부모, 친구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월남보살>은 여기서부터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자라온 시간들에서 겪어내고 살아낸 모든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상을 펼쳐내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적 사회적 편견의 전복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겪어낸 차별의 시선들에서 벗어나 수많은 수연이들이 벌이는 한바탕의 씻김굿으로 보여준다. 다문화의 자녀들은 결코 단순히 내외면의 반반으로 재단될 수 없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의 성원으로 당당하게 눈치 없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무겁고 답답하게만 그려냈던,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월남보살>은 조금은 가볍게, 재기 넘치는 소품과 상황을 바탕으로 힘을 잃지 않는 웃음의 에너지로 표현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