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문제를 가상의 무장 혁명 조직인 ‘프렌치 75’와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관리하는 경찰 특공대 사이의 갈등으로 풀어낸다. 애초에 자본주의와 결탁한 보수적인 국가 기관은 배제와 복속의 메커니즘으로 국민들을 통제한다. 그 중심에는 은밀한 인종주의가 작동하며 이민자를 향한 엄격한 단속은 그 연장선에 있다. 프렌치 75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그 모든 인종적이고 계급적인 차별로부터 해방되어 모두가 동등한 세상이다. 한때 그 조직원으로서 혁명을 꿈꾸던 밥은 조직이 특공대의 록조에 의해 와해되자, 동료인 퍼피디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윌라를 키우며 비루한 은둔의 삶을 보낸다. 16년의 세월이 흐른 후, 고등학생이 된 윌라가 다시 나타난 록조에 의해 납치될 위기에 처하자 밥이 딸을 지키려 나선다. 이제 밥과 록조의 대결은 진보적 혁명 의식과 충실한 소명 의식의 대립을 넘어서는 사리사욕에 의거한다. 여전히 그 갈등의 중심에는 인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신분 상승의 욕망이 록조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밥이 윌라를 구하는 과정에서 유색인종들은 조력자가 되는 반면에 오히려 록조를 위협하는 자들은 그가 그토록 인정을 갈구하는 백인들이다. 백인 우월주의의 아이러니한 민낯이다. 비록 밥이 꿈꾸던 혁명은 실패했지만, 영화는 인종을 넘나드는 견고한 유대와 자멸을 내포한 인종주의의 모순을 대비시키면서 미래의 희망을 열어둔다. (김경태)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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