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시절의 키에 갇혀버린 21살 배우 경훈. 주인공이 되겠다는 열망 하나로 뼈를 부러뜨려 다리를 늘리는 끔찍한 수술을 결심한다. 수술의 공포 앞에서 연인 해나를 부르는 경훈과, 마지못해 달려왔지만 어느새 TV 속 화려한 가수를 향해 미묘한 시선을 던지는 해나. 다리뼈가 물리적으로 늘어나는 고통의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서늘한 균열이 스며든다. 수술비를 재촉하는 의사나 마취 없이 진행되는 수술 등 기괴한 상황이 빚어내는 소소하고 기형적인 코미디는 오히려 이들의 비극을 더욱 건조하고 쓸쓸하게 부각시킨다.
감독은 이를 두 다리를 얻고 모든 것을 잃은 '현대판 인어공주'의 비극으로 치환한다. 욕망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지만 결국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 피 냄새마저 얼려버릴 것 같은 수술실의 한기, 길어진 다리로 걷는 꿈, 그리고 깊은 밤 마주하게 되는 서늘한 '뼈의 온도'는 성공과 욕망을 위해 자신의 원형을 훼손한 현대인들의 상실감과 고독을 탐미적인 미스터리로 구현한다. 모던하고 세련된 미장센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소환하고 기형적인 블랙 코미디를 결합해 <뼈의 온도>만의 독보적인 무드를 완성한다. 그리하여 관객에게 잊지 못할 지독하고 매혹적인 여운, 환상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