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사진을 찍으러 가는 길. 헤드폰을 쓴 채 흥에 취해 있는 중학생 하나에게 낯선 남자가 접근한다. “양말 한 짝만 벗어주면 안 돼요?” 내기에 져서 필요하다는 남자의 말이 의아하지만 하나는 호의로 양말 한 짝을 벗어준다. 아뿔싸. 남자가 손에 쥐여준 만 원짜리 지폐가 마음에 걸리고, 선생님과 엄마는 하나의 순진함을 나무란다. 이윽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나는 직접 남자를 찾아 나선다.
은 감독이 학창 시절 실제로 만났던 ‘양말 변태’의 기억을 극화한 작품이다. 하나가 남자를 쫓는 과정에서 양말을 매개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연출이 돋보이는데, 이는 선의를 베풀고도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하나의 아이러니한 상황과 대비되며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남자가 사라진 산속 길을 바라보며 외치는 하나의 항변은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정체를 알 수 없을 그 남자에게 감독이 꼭 남기고 싶었던 억울함의 사자후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