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례를 앞둔 어스름한 여름 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어른들의 대화소리에 어린 강이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낮에 땅을 파다가 팔찌를 잃어버렸다는 삼촌 두기가 허겁지겁 집을 나서고, 그런 두기가 걱정된 강이는 불빛을 챙겨 함께 산으로 향한다. 할머니의 묫자리로 파 놓은 구덩이에서 팔찌를 꺼내다 떨어져 혼자 남게 된 강이. 그곳에서 어린 두기와도 만난 적이 있는 기묘한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오해와 죄책감을 진심으로 감당하는 두기와 순수한 마음으로 약속을 지키는 강이. 새벽을 달리는 정직하고 두 인물의 표정을 쫓다 보면 어둡고 무서울 것 같았던 이야기의 끝에 긴 여운을 담아낸 한여름 밤의 전래동화가 완성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말에 따라 용이 되어 승천하거나 평생 땅의 미물로 남게 된다는 이무기 설화를 바탕에 둔 이 작품은 직접 제작한 세트, 이무기의 형상, 개미들의 대사와 같이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설화적 정서를 인상적으로 각인시킨다.
-박사라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선정위원)
자료 출처 : 정동진독립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