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본래 평온하고 고요해야 하지만, 영화 속 새벽은 그 반대다. 현대 사회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대리운전하는 할머니라는 설정은 단순히 독특한 직업 선택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드러내는 도구다. 승객들의 무례한 행동과 말속에는 할머니를 향한 편견,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결여가 녹아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러한 시선 속에서도 운전대를 잡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길을 달린다.
영옥은 ‘사람을 만나야 하루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라는 마음으로 밤새 대리운전을 한다. 하지만 손님들은 하나같이 다 무례하다. ‘기사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만 ‘할머니’라 부르며 멸시하고 상식 이하로 행동한다. 하지만 영옥의 대처는 꽤 쿨하다. 어떨 때는 휴대폰을, 어떨 때는 경찰을 활용하고, 무례한 손님들에게 기세로도 지지 않는다. 의 영옥은 노년 여성이다. 푸른 새벽, 담배를 피우고 늠름하게 일하러 가는 노년 여성 캐릭터를 한국 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이 유일무이한 캐릭터는 강애심 배우의 연기로 빛을 발한다. 어쩌면 그녀를 거리로 나오게 했을 사연은 그녀가 소중히 쓰고 다니는 모자에 담겨있는 것 같다. 영화는 그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어렴풋이 추측하게 할 뿐이다. 영화가 끝날 즈음, 사람을 만나고 싶어 새벽 거리에 나선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느새 응원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기를. 많이 외롭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