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마른 하늘만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남자가 있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에 배가 아프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일주일 동안 결근 중인 민준은 앞으로 며칠 뒤 우주에서 날아오는 무언가가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내 지은에게조차 진실을 털어놓을 용기는 없고, 결국 운명의 날은 다가온다. 차라리 지은이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라며 나름대로 마지막을 준비하지만 긴급재난문자가 온 세상을 뒤흔드는 순간,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내달린다. 지구의 종말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심한 인물 위에, 중의적인 대사와 뜻밖의 전개가 긴장감과 엉뚱한 유머까지 만들어낸다.
지독한 회피형인 민준의 모습이 때로는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용기를 내는 마지막 선택은 의외의 여운을 남기며 우스꽝스럽지만 측은하고 애틋하기도 한 분투를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박사라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선정위원)
자료 출처 : 정동진독립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