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오래된 일기장에서 시작되었다. 그 안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을 붙들기 위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오랫동안 다르다고 여겨온 어머니와 내가, 같은 결의 시간을 지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일기장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삼십 년 전 피아노를 그만두었고, 다시 건반 앞에 앉는다. 악보를 따라가는 눈과 반복하는 손을 카메라에 담으며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이, 몸 안에서는 어떻게 이어져 왔을까. 이 질문은 독일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는 주은에게로 이어졌다. 주은에게 연습은 건반을 어떻게 누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차이를 듣는 일이다. 삼십 년을 떠나 있던 손과, 매일 그 차이를 듣는 손. 두 사람의 손에 쌓인 시간은 다른 밀도를 가지지만, 둘 다 피아노 앞에서 자신의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기와 조건 속에 놓인 여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쌓는 자리에서, 시간이 몸을 통과하는 방식을 질문한다.
자료 출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