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으로 인해 사무직에서 건설 현장으로 이직하신 아버지를 따라 발파 작업이 한창인 터널에 갔을 때, 나는 그 모양이 귀의 내부인 내이(內耳)와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터널이 완공에 가까워질수록, 작업 환경 탓이든 혹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든, 아버지의 청력은 점차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터널, 지하철, 탄광 같은 지하 세계 덕분에 유지된다. 이 필수적인 시설을 짓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일하고 때로는 희생되지만, 과연 우리가 그 가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땅속을 사람이 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그 노동을 기록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중장년층의 일과 삶을 조명하고 싶었다.
자료 출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