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는 20년을 마음에 품어온 첫 소설을 거의 다 썼다고 말했다. 스릴러라는 포장 아래 40년간의 알제리 역사를 정치적이고 시적인 성찰로 촘촘히 엮어낸 작품이었다. 원고를 읽은 나는 깊이 흔들렸다. 아버지는 출판사를 찾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원고를 읽으며 알았다. 거기에는 내가 오래도록 찍고 싶었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수도인 알제의 이야기, 우리나라 알제리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나는 작가와 책과 도시라는 세 폭의 그림을 축으로 영화를 쓰기 시작했다. 숨어 있는 동네와 도시의 전설, 그리고 테러의 위협 앞에서도 알제리를 떠나지 않은 한 사람의 영혼을 담고 싶었다.
자료 출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