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을 영화의 배경이자 은유적인 시공간으로 선택했다. 밤은 취약함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평온한 휴식을 가리키는 보편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하룻밤에 집중하며, 나는 ’평화로운 밤’이라는 관념을 그 평온이 끊임없이 깨지는 현실과 맞세우고자 했다. 이 영화는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이루는 항구적인 이중성을 끌어안는다. 평온과 안온함, 정상성의 순간들은 공포와 불안, 생명의 위협 앞에서 번번이 중단된다. 영화는 평범한 일상과 깊이 불안한 현실을 나란히 드러내며, 그 속에서 끈질기고 종종 미묘한 유머가 사람들이 주변의 광기를 견디고 헤쳐 나가는 결정적인 방법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건져 올린 삶의 파편들을 통해,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일의 복잡한 감정적 지형을 비추는 동시에 희망을, 그리고 어둠에 대한 빛의 필연적인 승리를 전하고자 했다.
자료 출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