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것이 노력과 재능의 부족인지, 혹은 반복되는 실패가 낳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회피를, 누군가를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 이 영화는 입시 미술을 수행하며 한창 예민해진 주인공 ‘채은’의 강박과 공포를 ‘초록’이라는 색을 매개로 표현한다. 실기시험을 3일 앞둔 오늘, 채은은 초록색을 여전히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강사의 타박을 듣고 입시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채은에게 초록은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서 그녀의 몸과 마음에 침투하여 불면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영화의 종반, 채은은 김밥의 부추를 빼내는 것과 같은 회피의 방식이 아닌 초록을 향한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데, 어두운 화실에 놓인 그 결과가 두려움의 극복인지 혹은 잠식인지 우리는 쉬이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 제27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김보라
자료 출처 : 대구단편영화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