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는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한다. 버스 좌석의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 사소한 사건은 타인의 몸과 나의 몸이 만나는 감각으로, 나와 너 사이의 거리로, 끝내는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으로 확장된다. 영화는 거창한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오래 바라본다. 그 시선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은 이 미세한 감각을 더욱 섬세하게 드러낸다. 현실을 과장하거나 환상으로 치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못한 거리와 압력, 움직임과 감정을 끝까지 따라가기 위한 영화적 언어로 기능한다. - 제27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감정원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 안, 한 여성의 앞에 앉아있는 남성이 의자를 끝까지 젖히고 여성은 앞자리에 갇혀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 이에 자신도 의자를 눕히려 하지만 뒷자리에 앉은 승객의 덩치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의자를 눕힐 틈이 없다. 게다가 안내원에게 항의해도 안내원은 사람 좋은 미소만 지을 뿐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버스와 승객들은 낯선 공간에 빠지고 그곳에서 서로의 경계 때문에 다투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경계는 낯선 공간으로 진입한 뒤 상호 간의 경계를 추상적이지만 직관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초반에는 서로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벽을 밀어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벽보다는 경계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경계와 남과 북의 대립까지 이야기를 넓힌다. 덕분에 벽이 없음에도 경계가 존재하는 듯 벽을 밀어내는 모습들이 등장하고 마지막까지 경계를 넓히려는 사람은 여성의 의자 앞에 앉은 무례한 남성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나는 살아오면서 타인의 경계에 침범한 적이 없었는지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엄하늘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선정위원)
앞좌석 승객이 버스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젖힌다. 불편을 호소하려는 차에 버스는 승객들을 기이한 곳으로 데려간다. 작은 움직임, 잠깐의 침범,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감은 점차 더 넓은 공간으로 번져가고, 각기 다른 사회계급의 사람들이 이해관계 속에서 집단을 이룬다. 균열이 어떻게 집단적 긴장과 사회적 불안으로 증폭되는지를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특히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호명하기보다 오늘날 사회를 지배하는 힘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집단논리로 빨려들어가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함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