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레이턴스톤(Leytonstone)역,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들이 모자이크 벽화로 박제된 이곳에서 두 젊은 홍콩인이 만난다. 히치콕의 고향이자 새로운 이주민들의 정착지인 이 기묘한 접점에서 만난 이들은 텅 빈 야간 전철에 몸을 싣고 런던의 밤을 유영한다. 둘의 목적은 홍콩의 대중 식당인 ‘차찬텡’에서 마시던 것과 같은 ‘똥랭차(iced lemon tea)’를 찾는 것이다. 이들에게 똥랭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의 집약체다. 그들은 차이나타운에 가보지만 관광객을 위한 세트장처럼 꾸며진 붉은 랜턴들 아래서 실망한다. 다시 몸을 실은 전철이 도착한 곳은 글로스터 로드(Gloucester Road)역. 이름은 고향 홍콩섬 완차이의 뜨거운 중심가를 연상시키지만 이곳의 밤거리는 정적만이 감돈다. 같은 이름의 두 도시 사이에서 이들은 깨닫는다. 고향은 더 이상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고, 이국은 자신들을 품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결국 고향에서도, 이국에서도 이방인이 된 이들에게 장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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