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비 오는 날이면 비로소 닿을 틈을 얻는다. ‘짜’는 손님이 끊긴 미용실에서 기다리고, ‘뚜언’은 호출이 멈춘 오토바이 핸들을 돌려 찾아간다. 영화는 우기라는 계절이 만들어 내는 느슨한 리듬 속에서 연인이 공유하는 짧고도 농밀한 시간을 포착한다. 표면상으로는 남녀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흐르고 있지만, 속을 들춰보면 복잡다단한 현실의 논리와 욕망이 일렁인다. 베트남을 벗어나 일본으로 가려는 남자, 그를 붙잡을 명분도 능력도 없다고 여기는 여자. 두 사람 사이엔 연애 감정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러지 못한 채 현재의 자리에 남겨지는 감각이 함께 놓인다. 영화는 이 비대칭을 과장하거나 비극화하지 않은 채, 떠나려는 의지와 머물 수밖에 없는 조건이 한 관계 안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비춘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지 사랑하는 마음의 격차가 아닌, 이동과 정주의 가능성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현실이다. 바로 그런 세계에서 각자가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과 긴장이며, 쉽게 안착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다. 어느 저녁, 짜는 뚜언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타고 거리로 나선다. 축구 경기가 막 종료된 참이고 사방에 열광이 넘실거린다. 중심으로 나아갈수록 주변으로 밀려나는 그곳에서, 거대한 인파와 함성 속에서 짜는 과연 무엇과 마주하게 될까. (차한비)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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