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 2025 | 13min | Animation, Documentary | All
선정의 변
영화는 다른 시공간을 연결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고 있는 손녀는 1960년대 중앙아시아에서 활기찬 생활을 하는 알피야(감독의 할머니)의 젊은 시절과 전화 통화를 한다. 1960년 냉전 시기에 알피야는 결혼보다 자신의 일을 우선하고 스카이다이빙을 즐긴다. 영화는 다시 알피야의 어린 시절로 틈입해 소련 전체주의 시대에서 생존과 이주의 기억을 담는다. 시간의 겹을 한 겹씩 벗겨 그 속으로 다시 들어선 영화는 역설적으로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와 닮았다. 세 개의 시간을 이어내며 영화는 할머니와 손녀 세대를 연결하는 동시에 공존을 보여주며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의 반복되는 전쟁과 이주의 삶을 담는다. 시대별 다른 색감으로 청춘과 일상과 전쟁을 담은 영화는 전쟁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도 전쟁의 불안함과 이산의 아픔을 시적이고 감성적으로 담아낸다. 영화는 특히 스카이다이빙과 전화벨을 상징적으로 활용한다. 할머니 알피야가 젊은 시절 즐기는 스카이다이빙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스카이다이빙이 가진 낙하와 비상, 추락과 도약은 개인의 시간을 다루기도 하지만 시대의 분위기를 담기도 한다. 국경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스카이다이빙의 이미지는 바람이기도 하고 동시에 전쟁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도 한다. 지속적인 전화벨 소리 역시 시공간을 초월하는 동시에 현재와 현실을 일깨우는 장치이기도 하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 평화와 전쟁, 희망과 불안을 독특하게 시간 구조 속에 공존시키며 반복되는 전쟁과 이주의 인류사를 실험적으로 그려낸다. 개인의 기억, 여성의 기억, 세대의 기억을 엮어 오늘날 시간을 되돌아본다. 짧지만 결이 다양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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