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영화는 해변가에서 시작한다. 파도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며 화면은 잔잔하게 파도치는 바닷가에 머문다. 하지만 화면 바깥에서 남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다른 곳에서 해변가를 바라보는 듯 연인들의 다정한 대화는 또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포갠다. 그러나 이 편안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풍경과 대화는 그림 이미지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언케니해진다. 영화는 살아있는 바다 풍경에 벌거벗은 시체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다른 공간에서 연인의 속삭임과 사랑 나눔도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에 가깝다. 그렇다. 영화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남자와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죽은 남자의 요청으로, 바다에 밀려와 죽은 사람들을 그려 넣는다. 그가 파도에 실려 해안으로 돌아올 거라 염원을 담아, 혹은 그렇게 떠나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고자 이들의 표정과 포즈를 담는다. 영화는 그 어떤 설명 없이 다른 층위의 여러 감각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이란 작품인 것을 깨닫는 순간, 이들의 형상은 실제가 되어 다가온다. 영화의 제목 ‘거북’은 집을 지고 바다로 밀려온 존재를 일컫는다. 연일 뉴스에 오르는 이란의 디아스포라를 국제 정세가 아닌 이들의 바람, 상실, 애도 그리고 고발을 한 번에 담은 작품이다. (이승민)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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