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얼굴 없는 누군가의 전화 음성이 들려온다. 수신인과의 교신 없는, 혼잣말에 가까운 음성. 이름 모를 이 존재는 뭄바이가 낯선, 뭄바이의 이방인, 뭄바이의 이주민이다. 이곳으로 와 일자리를 찾았지만, 가까스로 얻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그가 겪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에피소드들이다. 그의 말에는 그가 보고 듣고 체험한 뭄바이가 있고, 그가 느낀 뭄바이에 대한 감정과 소회가 묻어난다. 이 존재는 구체적인 얼굴로 명징하게 우리 앞에 전면화되지 않지만, 그가 전하는 말과 말의 행간 속에서 뭄바이라는 구체적인 세계로 드러날 것이다. 관객은 이 목소리를 연결 통로 삼아 뭄바이를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화면에는 지속적으로 뭄바이 도시 곳곳의 풍경이 펼쳐진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다른 전경, 항구와 도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도로를 롱테이크로 집요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 무너지고 사라지는 순간들, 점멸하고 산란하는 빛, 도심 속 축제, 익명의 도시인들, 그들의 흔적들. 달리 더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줬을 뿐인데, 그것으로 충분히 도시를 감각할 수 있다. 보이스오버 내레이션과 이미지의 연결, 정돈되지 않고 투박한 필름 룩에서 어쩔 수 없이 멜랑콜리의 정서가 배어난다. 변화하는 도시 속 이주민의 내면을 한 편의 영화 편지로 만든 이것은 서정의 영화다. (정지혜)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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