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영화는 일제 강제 점령기 동안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수많은 한국인들의 죽음을 다룬다. 영화는 파도 소리에서 시작해 넘실거리는 바다의 이미지로 나아간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사할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대마도에 수장 학살된 수많은 망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 즉 식민 권력에 의해 귀환이 좌절되고 수장까지 된 디아스포라의 공간이다. 여기서 디아스포라는 이동이 아니라 끝내 도착하지 못한 존재들의 시간과 정처 없는 머무름이다. 바다는 이들 망자가 두고 간 질문이 머무는 곳, 영화 속 표현에 따르면, “스올”의 기록이자 응답이다. 영화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망자들의 여정을 쓰다듬듯 바다를 따라 이동하고 바닷속을 부유한다.
영화는 바다와 죽음 속에서 “나”를 연결시킨다. “제복을 입은 청년 군인, 연단에서 목 놓아 부르짖던 목사, 스스로 생육신의 삶을 자처한 은둔자. [···] 이 셋은 형제이자 사촌이었고, 나는 그들의 후손이다.” 이는 나의 이야기에서 시대를 불러오는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거대 역사의 흐름을 전면에 두고 그 가장자리에 나의 개인사를 슬쩍 이어 붙인다. 인과적 혹은 필연적 연결이 아니라 연상적 연결이자 감정적 연결이다. 이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들려오는 짧고 간결한 목소리에서 확인된다. (이승민)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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