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가장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는 그 생생함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를테면, 베트남 전쟁의 끄트머리인 1975년, 베트남을 탈출하는 배에 올라 난민이 된 어느 젊은 부부 말이다. 소위 “보트피플”이 되어 필리핀의 난민 캠프에 당도한 이들은 당시 필리핀과 태국에서 촬영 중이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한다. 이제는 노인이 된 두 사람의 당시 회고 위에 현재의 모습과 영화 장면, 그리고 홈 비디오 푸티지를 엮어 만든 〈우리는 풍경일 뿐〉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영화, 나아가 영화와 현실의 관계에 관해 날카롭고도 성찰적인 논평을 제시한다. 부부를 비롯한 난민 캠프의 베트남인들은 얼마 전까지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전쟁의 현장을 재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리고 전쟁의 고통과 상흔을 호소하는 백인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되었다가 이내 사라진다. 노부부는 영화의 장면들을 돌려보며 그렇게 사라져야 했던 이들을 다시 소화한다. 배경 혹은 엑스트라가 아닌, 고유한 이름과 자신의 역사를 가진 존재들로. 〈지옥의 묵시록〉은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생생함으로. 〈우리는 풍경일 뿐〉은 비단 영화적 재현의 한계나 모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수없이 많고 작은 존재들을 배경으로 삼아 홀로 존재하고자 하는 어떤 역사에 관한 것인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는 기억들에 관한 것이다. (강진석) 본 영화는 토론토 릴아시안 국제영화제와의 협력으로 상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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