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 2025 | 18min | Documentary, Experimental | All
선정의 변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푸념이 입에 붙는다. 영화 〈새기는 몸〉의 시작과 함께 화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수술 자국은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한 가지 사실을 대면하게 한다. 바로 ‘노화’라는 소외의 과정이다. 흉터가 새겨진 몸은 젊음과 건강이라는 이상적인 고향으로부터 끊임없이 떠밀려 나간 추방의 기록이다. 내 몸의 주인이라 믿었던 나는 어느덧 낯선 감각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이 된다. 영화는 아버지의 굴곡진 피부 위로, 병증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하는 그의 목소리를 얹는다. 한때 통증을 감추고 있던 피부는 이제 시간을 새겨 넣은 표면으로 변모하여,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흉터들을 드러낸다. 그 피부에는 성실하게 일했고, 자신을 증명하려 고투하기도 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존의 기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수리의 대상으로서 신체 내부를 꿰뚫어 보려는 병원 카메라와 달리, 이 영화는 사후의 표면을 응시하며 현재의 장벽을 넘어 지난 시간을 불러들이려 한다. 이러한 응시를 통해 〈새기는 몸〉은 나이 든 신체가 겪는 상실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될 보편적인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사유하게 된다. (강소정)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