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유년 시절, 화자(감독)는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보며 이사가 남겼던 상처들을 돌아본다. 어느 한 지역에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디아스포라의 경험은 화자를 철저한 이방인으로 생존하게 만든다. 잦은 이사는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조건이 되었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은 스스로를 낯선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함이 야기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 개인의 심리적 차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자는 타인과 불화를 겪었던 과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덤덤히 고백하지만 그 고백이 절대 완성형이 아님을 우린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작품 속에서 선언하는 감독의 다짐은 지금을 위한, 미래를 향한 다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나면 그 불완전한 마음들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이사를 결정하는 주체에 따라 정착한 지역에서의 경험은 가족 안에서도 누군가를 배제시키고 타자화할 수 있음을 〈이사의 상처〉는 여실히 드러낸다. 가부장의 근무 조건에 따라 결정되었던 모든 이사의 결정은 자녀들의 의사를 배제시키고 지워버렸다. 그 결과 가부장의 행복은 자녀들에게 불행이었다. 그 사이에서 직장을 다니셨다던 어머니의 서사는 감춰져 있다. 시간이 짧아서일까? 어머니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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