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남겨진〉은 조선족 여성 3대의 일상을 담은 거친 화질의 캠코더 영상으로 시작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할머니, 그를 돌보는 엄마, 그리고 그 모습을 기록하는 딸 보라. 카메라의 시선이 무심히 놓인 할머니의 털모자에 머물 때, 여기에는 사라지려는 무언가가 간신히 붙들려 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그곳에 자리 잡은 보라는 오랜만에 중국에 돌아왔다. 엄마는 딸에게 들려 보낼 김치를 담근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지만, 그녀에게 이곳은 편치만은 않다. 혼자 남을 엄마가 신경 쓰이지만 엄마의 행동은 종종 낯설고 불편하다. 고요한 집 안에서 보라의 시선은 스마트폰 너머 분주한 미국의 소식을 좇는다. 그녀는 이곳에 있지만 동시에 이곳에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화는 그 어긋남을 조용히 포착한다. 보라는 엄마를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그 영상을 재생하며 과거가 된 화면 속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는 함께 있는 순간조차 이미 상실을 예감하고 그리워한다. 마음은 떠남과 머무름 사이에서 배회한다. 이러한 감각은 모녀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때, 얼어붙은 땅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두만강의 풍경으로 시각화된다. 엄마는 할머니를 강에 뿌리며 고향으로 잘 가라고 인사한다. 〈떠나고 남겨진〉은 이곳과 저곳 사이에서 어느 한곳에 머물지 못한 채 흐르는 마음의 고향을 조용히 따라간다. (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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