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한 집안에 여성 3대와 갓난아이가 살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남편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생사조차 알 수가 없다. 할머니는 딸과 손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집에 혼자 있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파스타면을 사기 위해 콜롬비아로 가는 여정에 온 식구가 동참하게 된다. 영화는 극빈층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감내해야만 하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딸과 손녀는 머리카락을 팔아서 파스타면 한 봉지를 구한다. 공교롭게도 여성의 긴 머리카락은 파스타면의 긴 가닥으로 치환된다. 그와 같은 유형의 명징한 대비는 여성으로서 그들이 감각하는 위치의 낙차 폭 큰 추락을 은유한다. 머리카락 대신에 얻은 파스타면에는 일말의 여성성마저 포기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그들의 암울한 현실이 투영된다. 머리카락조차 팔 수 없을 만큼 나이 든 할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간수가 담긴 잔만을 어루만질 뿐이다.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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