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한국에서 입양에 대한 서사는 주로 입양된 자가 원부모를 찾는 여정에 집중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입양 기관과 국가의 폭력적 선택들, 입양된 자들이 겪는 이중의 정체성으로 인한 고통들, 입양과 연관된 자들의 삶이 아닌 그들이 겪은 자극적 ‘사건’들에 집중하며 그들을 불쌍한 존재로 낙인찍어 왔다. 〈반달〉은 그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하고 잠잠히 입양과 연관된 자들의 삶을 응시한다. 시선의 중심엔 아네트가 있다. 한국에서 아들을 입양한 아네트는 아들 조엘(지훈)과 함께 한국을 찾아 그의 원부모 민정을 만난다. 그리움과 애정,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불편한 식사 자리는 결국 끝나지만 그들의 마지막 헤어짐은 오래도록 화면 안에 머문다.
감독은 네 사람의 만남에 섣불리 개입하거나 목소리를 얹는 대신 아네트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입양된 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던 ‘입양 서사’가 처음으로 입양 한 자와 보낸 자의 서사로 옮겨오는 순간, 낯설고 어색한 풍경을 뚫고 ‘모성의 힘’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입양 보낸 자를 손쉽게 비난하고, 입양한 자를 익숙하게 영웅화하는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 엄마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입양을 사건이 아닌 정서, 관계로 새롭게 재정립해 내는 과정이다. 4분의 1만 볼 수 있는 ‘반달’의 형상처럼 어쩌면 한국 사회는 입양을 한 조각의 시선으로 대상화해 온 것은 아닐까? 아네트의 카메라에 잡힌 마지막 풍경처럼 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서사들이 더욱 풍성하게 논의되었으면 한다. (이동윤)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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