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전쟁 영웅이었던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피우메를 점령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아드리아해의 항구 도시가 이탈리아의 손에 돌아가지 않은 사실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리예카로 불리는 이 도시는 이후 16개월 동안 역사상 잘 알려지지 않은 기묘한 통치 실험의 장이 된다. 〈피우메 아니면 죽음을!〉은 극단적 나르시시즘과 민족주의가 상연되는 연극 무대와도 같았던 당시의 역사를 소환하기 위해 아카이브 영상과 해설, 극적인 재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적 접근법을 취한다. 그중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여러 명의 리예카 시민들을 선발하여 지금의 도시를 배경으로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와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시민들의 몸을 통한 재현은 아카이브 영상 혹은 시민들의 반응과 이어지며 한층 깊은 입체성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파시스트 제복을 차려입은 병사를 연기하는 배우는 지나가던 시민으로부터 그 행위에 대한 질타를 받는다. 이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해프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출몰한 유령과 현재의 조우에 가깝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동시대의 세계를 바라볼 때 이러한 해석은 더욱 큰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냉소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과 혼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도시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는다. 파시스트의 유령들에 유쾌하게 저항하는 리예카 시민들의 품위 있는 태도가 그것이다. (강진석)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