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신음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로 시작하는 〈지느러미〉는 파괴된 세계의 감각을 먼저 밀어 넣는다. 검은 빗방울, 사진 속에서 흐리게 지워진 얼굴들, 폐사한 물고기 떼, 피처럼 검붉은 바다. 근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에서 ‘오메가’들은 정부 명령에 따라 바로 그 오염된 바다로 내몰린다. 청소와 사체 수거를 반복하는 혹독한 노역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고,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오에 사로잡혀 있다. 이 기이한 질서 속에서 영화는 특정한 존재를 ‘괴물’로 호명하고 그 이름 아래 혐오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폭력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폐허가 잔혹한 통치의 무대로만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낚시터’를 비롯한 주요 공간은 고색창연하면서도 인위적인 빛과 색감, 애수 어린 음악, 축축한 공기를 끌어안으며 환상적으로 그려지고, 인물들은 오래전에 버려진 듯한 도시의 비밀 공간을 유령처럼 떠돈다. 영화는 이처럼 망가진 공간의 질감과 인물들의 불안한 몸짓을 겹쳐 놓으며, 괴물로 낙인찍힌 존재들의 외로움과 유랑의 감각을 서서히 펼쳐 보인다. 다만, 〈지느러미〉는 ‘괴물’을 그저 두려움의 대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소리 지르면 쏜다”라는 협박은, 오메가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곧 위협으로 규정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세이렌처럼 위험한 존재로 타자화되었으나, 기실 오메가는 어떤 억압에도 지워지지 않는 목소리를 품은 몸이다. 영화는 그렇게 또 하나의 괴물 서사를 선보인다. 제거해야 할 타자가 아니라 폭력적인 공동체에서 추방당한 존재로, 사회의 균열과 공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증거로 괴물을 이야기한다. 〈지느러미〉는 〈다섯 번째 흉추〉(2023)로 주목받은 감독 박세영의 두 번째 장편으로,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차한비)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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