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유물과 잔존, 남아 있는 물질 자료를 통해 과거를 복구하고 기억을 보존하고 기록을 지속해 가려는 고고학자의 자세, 태도, 접근.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이〉의 요체이다. 이란 출신의 감독 마리암 샤푸리안은 영화를 방편 삼아 고고학자의 기질을 발휘한다. 동시에 영화가 역사의 새로운 거처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탐색해 간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 영화의 질료라고 하면 이런 것들이다. 이란의 고고학 교수인 모흐센 모가담과 그의 아내 셀마 쿠유미안이 30년 넘게 주고받은 사적인 편지와 메모, 그들이 남긴 사진들, 그들이 수집한 작품과 물건들, 그런 자료와 물건이 전시되고 보관되고 있는 오래된 집. 카메라는 이 물질적 흔적들을 복원하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 과정을 통해 역사적 시간을 재배치하며 현재를 재구성한다. 이 영화에서 역사란 언어로 설명될 수 있는 선형적인 서사가 아니다. 언어를 거둬낸 자리에는 역사적 장소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진동, 유물을 복원하려는 자들의 노동이 불러일으키는 소리, 살아 움직이는 도심의 소음이 들어찬다. 영화적 시선으로 물질들을 이리저리 편집하자 그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역사에 관한 한 편의 영화 에세이이다. (정지혜)
자료 출처 : 디아스포라영화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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