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파견 온 스웨덴 서기관 보리는 북한의 감시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의 유일한 행복은 평양시 교통보안원으로 근무 중인 복주를 만날 때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손도 잡을 수 없고, 식사 때도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그들의 것이다.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보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복주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함께 하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보리는 그 시간들을 붙잡고 싶고 유지하고 싶다. 이를 위해 평양에 좀 더 오래 머물러 보려 하지만 각각의 국가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별이 결정된 두 사람의 행복은 과연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까? 〈광장〉은 북한의 철저한 감시 체제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들에게 ‘고독’이란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방인인 보리와 감시 대상인 복주, 두 사람을 감시하는 명준까지, 이들이 느끼는 고독은 표면적으로 감시 체제로부터 기인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고독은 현대의 가장 보편적 정서다. 체제의 형식을 불문하고 파편화된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일상 속으로 고립된 대중에게 고독은 이미 익숙한 감정이다. 〈광장〉은 외로움의 보편성 속에서 북한 사회를 묘사하고 이로써 평양을 현대적인 모던 시티로 탈바꿈시킨다. 어쩌면 한국영화 최초의 시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남는 한 가지 질문은 ‘왜 굳이 제3국의 인물이 서사의 중심이 되어야 했을까?’이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멜로드라마는 이제 더 이상 상상 불가능한 영역이 되어버린 걸까? 만약 그렇다면 〈광장〉은 현재의 남북 관계에 대한 비극적 사태를 은유한 작품이 될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이러한 시선이 전복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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