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100 선셋’이라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영화 속 한 인물의 말처럼, 안에서 보면 아주 작지만 바깥에서는 심히 거대한 곳이다. 내부에서는 좁은 벌집 같고, 외부에서는 크나큰 성벽 같다. 현대 건축의 상징적 형태이기도 한 아파트는 그런 이유로 단절과 연결이 모두 자리한 모순적 공간이 된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거나 침범할 수 있는 만큼 근접하기에 서로의 삶에 엮이고 얽매이면서도, 서로에게 진정으로 닿지 못한 채 갈라지고 나뉜다. 캐나다에 정착한 티베트 이민자들은 그 틈을 메우려는 듯 상부상조 시스템을 마련해 두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쿤셀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이어진 틈 주변을 배회한다. 훔친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그 간극을 메우려는 몸부림처럼 여겨지기도, 차이를 구속하는 무형의 끈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이 모두 거짓 같고 나를 속이는 것 같아 정처 없이 헤매더라도, 결국은 서로 얽히고 흔적을 남긴다는 운명과 마주한다. (한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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