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가는 한 사람의 불안과 감각을 따라가는 영화는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 달리는 버스와 멈춰 선 시간들, 집 안 가득 놓인 검푸른 브로콜리들은 설명되지 않은 채 불안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서스펜스의 형식을 빌려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일상을 따라가며,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시간을 응시한다. 영화는 그 불안과 쓸쓸함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 제27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감정원
35년 무사고 시내버스 기사 재협에게 계속해서 이상한 순간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재협은 자신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딸에게 도리어 날카롭게 반응한다. 영화는 재협보다 관객이 먼저 그가 붕괴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거대한 불안을 형성한다. 그렇게 현실 감각이 무너져가는 치매 환자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영화 문법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치매가 한 인간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버스를 모는 재협이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주제임을 환기한다. 함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