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정해진 자리에서 일하다 사라지는 사람들. 56세 남자 담수는 얼음틀처럼 나뉜 사무실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의 집 냉동고 안, “밖에 나가면 녹아 죽는다”고 믿는 얼음들 사이에서 한 아들은 문 너머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이끌린다. 현실에서는 해일의 위험을 경고하는 뉴스와, 바다를 유혹하는 광고가 뒤섞인다.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끝내 혼자 남겨진 담수는 호출될 두려움 속에서 일상을 거부한다. 그러나 멈춰선 자리에서도 그는 녹기 시작한다. 사라짐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욕조라는 또 다른 틀에 가두는 담수. 반면, 냉동고를 벗어난 아들 얼음은 흘러가 바다로 향한다. 결국 둘은 같은 운명을 맞는다. 녹는다. 하지만 하나는 흐르고, 하나는 고인다. 흘러간 물은 바다에 닿고, 고인 물은 다시 얼어붙는다. 그리고 또 다른 냉동고 안에서, 같은 말이 반복된다. “나가면 안돼. 녹아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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