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지능력이 무뎌지고 계신 나의 할아버지를 보며, 할아버지 머릿속에 하나 둘 작은 구멍들이 생겨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할아버지께서 우리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실 때면 마치 어제 일처럼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하셨다. 송송 뚫린 구멍들 안에 가장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은 기억들을 담아, 문득 그리운 날에 꺼내어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연근은 연꽃의 뿌리식물로, 연근에 난 구멍은 연꽃 위에 영양분을 흘려보내면서도 물속에서 식물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있다고 한다. 당신의 가족을 온몸으로 지탱하며 자식들을 위해 세월을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구멍이 송송 난 연근을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크고 작은 구멍들 속 할아버지께서 간직해오시던 소중한 추억들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자료 출처 : 정동진독립영화제 2026